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고민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불확실한 중동 정세, 환율 불안, 예상 밖의 경제 성장세 반등, 이상 기후 등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09(2020=100)로 1년 전보다 2.7%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3.1%로 높아진 뒤, 4월부터 다시 2%대로 내려왔습니다. 특히 농산물 물가가 19.0% 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고, 석유류 물가 상승률도 3.1%로 나타났습니다.
근원물가지수는 110.91(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2% 상승했으며, 생활물가지수는 3.1%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으나,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주된 걸림돌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고환율이 지목됩니다. 1300원대 중반으로 고공행진 중인 환율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원유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을 높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환율 장기화는 자본 유출 우려를 높여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듭니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문에서도 "국내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개선되었으나,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물가 둔화세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했습니다. 한은 블로그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정체됐고, 공급충격 지속성 및 파급 영향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크다"며 성급한 금리 인하를 경계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소폭 내렸다지만 주택가격이 빠진 데다 체감 물가와 차이가 크다"면서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가 충분히 내려와야 우리도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근원물가와 생활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상기후, 국제유가 변동성, 일부 식품가격 인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2%대 물가 안착을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5월 들어 기상여건 개선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완화되는 가운데 내구재·의류 등 공업제품 가격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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