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여러가지

레드얼럿 2 괴담

운앵 2022. 11. 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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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일이다. 그때가, 윈도 98에서 XP로 넘어가는 게 흔했던 시절...

레드얼럿 2를 다운로드하으려고 블로그를 찾아보는 중, 한 외국 블로그에서 받게 되었다. 웃기게도, 지금은 '무설치판'이라고 해서 설치할 필요 없이. exe만 더블클릭하면 구동할 수 있는 포터블이 성행하는데, 그때 받은 것도 그러했다. 다만, 이름이... RA two 였던가... 보통의 파일명은 RA2 혹은 RAD2 것도 아니면 Red2라고 붙이는 게 대부분인데, RA two라니...

 

뭐, 어쨌거나 다운로드는 15분가량 걸렸었고, 그동안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저장이 완료되어, zip파일을 풀어 게임을 실행했다. 여기까지는 얘기하지 않아도 다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레드얼럿 2는 처음 구동할 때 영상이 출력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1처럼. 한데, 출력되지 않고 그대로 메뉴 화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뭐, 그다지 크게 생각지는 않았다. 포터블이라면 분명 요소 몇 가지를 빼먹은 버전이라고 어리숙하게 생각한 그때였으니까. 그러나, 그 불길한? 예상은 버전에서 보였다.

 

레드얼럿의 버전이라고는 1.0 하고, 1.001 - 1.006 버전 같은 거 말고는 없다. MOD를 사용한다면야 제작자가 버전을 뜯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소 이게 모드가 패치된 레드얼럿 2이라면 모드 적용. exe가 있어야 했고, 용량도 더 컸어야 했으며, 폴더 내 파일도 더 많아야 했다. 그런데 난 그런 거는 전혀 못 봤는데?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포터블 제작자가 장난을 쳤나 보다 하고, 첫 시작을 '스커미시'게임으로 했다. 쉽게 말하면, 싱글 플레이... 인공지능 컴퓨터랑 싸우는 거 말이다. 나는 생각을 하다가 영국의 저격수가 그렇게 좋아 보여서 영국으로 선택, 적은 러시아로 선택한 다음에 게임 시작을 눌렀다.

 

그러면 이제 로딩바와 함께 영국의 위치 지도, 저격수 사진과 설명이 나온다. 한데, 저격수 사진이 있을 곳에 사진도 없을뿐더러... 영어로 나와야 할 설명 부분에 외계어가 출력되는 게 아닌가... 이게 타국 언어 일 수도 있겠지만, 마치 [j wigh #@udfnh!@shb]라는 터무늬 없는 설명이 출력되었다.

 

그래도 게임이 제대로 구동되면 문제는 없었다.

 

나는 그런대로 로딩이 끝나자마자 설명서대로 건설소를 만들고, 발전소를 올리면서 군수공장을 지으려던 찰나, 갑자기 미니맵이 송수신이 들어올 때처럼 지지직거렸다. 보통 이때에는 적군이 '발전소'에 스파이를 침입시켰거나, '공군 사령부'에 스파이를 침입시켰거나, 발전량이 줄어들었을 경우 발생한다. 한데, 적은 러시아이고 MOD사용도 아니었으며, 치지직 거리는 것이 20초가 지나도 계속되어 약간의 당황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오른편에 있는 구입 메뉴를 제외한 모든 화면이 검은색으로 뒤바뀌었고, 소리가 '치지직-!' 거리는 소리로 버퍼링 들린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게임 오류다 싶어 Ctrl + Alt + Del 키를 써서 프로그램을 강제 종료하려고 했다. 그런데...

 

 

 

멈춘 거 같던 게임 미니맵 화면에서 소름 끼치는 사진 하나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레드얼럿 2를 해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가끔 송수신이 들어왔다 하면서 인물 영상이 띄워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한데, 이 사진은 게임 내에서 나올 법한 사진이 전혀 아니었다. 눈알이 모두 파져 있고, 입에서 피를 흘리는 사진을 게임 내부에 처넣을 리 없잖은가.

 

너무 놀란 나머지 "아악!" 소리를 내며 컴퓨터를 강제 종료했고, 다행히도 컴퓨터는 제대로 종료되었다.

 

 

 

막연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영국만 그런가 싶어서 다른 국가를 해보기로 했다. 연합군을 했으니 소련군으로 해보기로... 내가 그나마 덜 미칠 수 있던 것은, 같은 방에 컴퓨터가 2대가 설치돼 있는데, 반대편에 가족이 컴퓨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 하나가 무슨 자신감을 만드는 건지...

 

레드얼럿 2를 다시 키자, 자유의 여신상과 키로프 사진이 등장했다. 뭐, 일반적인 로딩 사진이니까.

 

나는 국가를 소련군 리비아로 맞추고, 적을 독일로 맞춘 뒤 게임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상한 게 사진이라던지 설명이 제대로 출력되었다.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며 게임을 시작했다.

 

발전소를 짓고, 막사, 군수공장, 전투연구소를 차근히 지어갔다. 근데, 갑자기 기지가 핵을 맞은 듯이 모든 건물이 터지는 게 아닌가. 나는 이게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레드얼럿 2의 불법 게임 차단 시스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거는 게임을 시작한 뒤 10초가 지나면 터지는 거라 상관이 없던 거였다.

 

그리고 연합군 때처럼 정체모를 사진이 화면을 덮었다. 미니맵에서만 존재하던 그 사진이 말이다.

 

 

 

나는 다시 처음처럼 컴퓨터를 강제 종료했고, 다시 켜서 게임을 삭제해버렸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건대, 게임 MOD를 쓰면 강제로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 MOD 제작 기술로는 어림도 없는 것을 가지고서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다.

또다시 생각해보건대, 그 괴상한 사진은 소련군 유리의 사진을 괴상망측하게 찢어 뭉갠 사진이었다.

 

 

 

연합군 때는 왜 미니맵에서만 튀어나왔고, 소련군에서는 왜 기지 폭파를 하고 튀어나왔는지... 후에 유리의 복수가 발매된 것과 시나리오를 살펴볼 때에, 유리는 소련군은 아예 박살 내버리고 연합군은 정신지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녔을까.

그리고 그 사진은 유리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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